음식은 곧 우리의 몸이고 정신
식재(食材)를 곧 약재(藥材)처럼, 할머니께 배운 식재료의 약성(藥性) 아이들이 누룩의 향기, 우리 전통 장맛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 큰 사고 이후 우연히 찾아온 고향, 청정 지역 화순
20년쯤 전, 딸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음주운전 하던 트럭이 신호 대기중이던 제 차를
들이받았는데 불이 붙을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당시에 초등학생이었던 딸과 저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매우
쇠약해졌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저는 10여 년 가까이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화순에
다녀온 날이면 두통이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화순의 깨끗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들이 두통을 사라지게 한 것 같았습니다.
아픈 딸과 같이 화순에서 지내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겠다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무작정 화순에 아파트를 얻어 이사했습니다.
이것이 화순과의 첫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서야 여러 지역을 전근 다니시며 교사로 일하셨던 아버지께서
저를 화순에서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할지, 화순과는 특별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음식은 곧 우리의 몸이고 정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몸이 아프고 입맛도 없어져 참 힘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입맛을 살리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으니 절박한 마음으로 그런 음식들을 찾았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 주셨던 음식의 맛을
기억하게 됐고 그 음식들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차츰 입맛이 돌아오고, 건강도 회복되어 갔습니다.
할머니의 요리를 따라 해 보고, 자연 요리를 연구하게 되면서 음식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의 몸과 정신을 이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면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나?’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하루의 마음가짐, 표정이나 말까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식재(食材)를 곧 약재(藥材)처럼, 할머니께 배운 식재료의 약성(藥性)
할머니는 감자 하나를 가지고도 그냥 찌거나 삶지 않고 꼭 특별한 요리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음식은 약’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여러 음식이 있었지만, 특히 토마토를 활용한 요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배가 아플 때
토마토를 먹으면 나아진다.’고 말씀하시며 토마토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저도 음식을 만들 때 토마토를 다양하게 접목해 활용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돌산갓을 이용한
물김치를 만들면서 토마토를 넣었는데, 드셔보신 분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맵싸하고 자극적일 수 있는 갓김치에 토마토를 넣어 위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감칠맛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 요리를 공부하는 이유, 맛있게 먹고 건강한 ‘나’ 만들기 위해서
저는 음식을 만들거나 가르칠 때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일염, 매실청, 간장, 된장 등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감칠맛을 냅니다. 또, 재료의 고유한 맛과 향이 도드라지는 시기를 기억해 둡니다. 제철에 나온 식재료를 사용하면 음식의 맛도
증진되고, 영양소 함량도 풍부해집니다. 우리가 요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몸에 좋은 식재료들을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했지만 실제로 요리해서 먹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 요리를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음식을 먹어 보게 하고, 몸에 약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고집하고 있습니다.
▲ 화순의 농특산물 이용한 요리 연구 계속해와
화순군에서 육성하고 있는 농특산물 중 파프리카, 토마토, 여주 등이 있습니다. 이런 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계속 연구해 왔습니다.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접목시킨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하고, 여주, 돼지감자, 조청, 버섯 등 화순에서 재배한 재료들을 사용해
쌈장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화순의 모후산이 고려인삼의 시배지였다는 점에서 착안해 어린 삼을 이용한 무침을 만들었는데 해외 관광객에게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 아이들이 누룩의 향기, 우리 전통 장맛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최근 담양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우리 장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한 아이가 고추장 냄새를 맡고는
‘맛있는 냄새 난다!’라고 외쳤습니다. 집에서 고추장 요리를 맛있게 먹었던 아이만 고추장 냄새를 ‘맛있는 냄새’라고
인식한 것입니다. 우리 장의 맛을 알고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어린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아동들이 간장, 된장 같은 우리 전통의
장맛을 모르거나 잊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화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초등학생을 비롯한 아동 인구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지역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이 아이들이
전통 장맛을 알고, 그 맛을 잊지 않아야 미래 세대에게도 향토 음식이 보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지역을 짊어지고 갈
아이들이 누룩의 향기, 우리 전통 장맛을 기억할 수 있도록 연구하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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