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구분 없이 날마다 메밀 잔치
사소하게 여겨도 될 젓가락 포장지에 적힌 ‘평양에는 옥류관이 있고 부천에는 서안메밀집이 있다’는 광고 카피 만큼이나 자부심 뿜뿜 넘치는
메밀 요리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부천 대표 맛집 <서안메밀집> 본점은 원미구 심곡1동(신흥로 103) 부천소방서 옆에 있다.
일단 식당 정면 외벽을 장식하는 각종 홍보물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 그중 ‘안중근 의사의 대형 초상화와 자가제면(自家製麵) 포스터’가 남달랐다.
<자가제면 : 주문과 동시에 직접 바로 면을 뽑아 생생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는 쉽게 이해가 되나 안중근 의사는 대체 왜 저기에?
일단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더운 날씨에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팔월 초순, 이미 점심때가 지난 오후였음에도 식당 안은 거의 전 테이블이
만석일 만큼 손님이 많았다. 연로하신 부모님 모시고 나온 젊은 부부와 손자들,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청춘남녀, 삼삼오오 모인 동네 주민 등
손님층도 남녀노소 다양했다. 깔끔한 제복의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풍경부터 일단 ‘맛집’의 자격은 충분해 보였다.고향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그 맛을 못 잊어
<서안메밀집>은 올해로 창업 10년 차, 강원도 고성이 고향인 ‘한식명장 신지식인 서연희 대표’가 창업했다. 중년을 넘어서 인생이모작을
모색할 때 고향의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기막혔던 메밀 맛을 다시 살려보고 싶었다. 쉽지 않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어머니의 맛을 살려내자
혼자 운영하기 버거워져 LG전자 협력회사를 경영하던 남편이 전격 합류했다. 현재 ‘총괄쉐프 안찬근’이 바로 서 대표의 남편, 순흥 안씨로서
자칭 ‘안중근 홍보대사’다.
의 성이기도 하지만 메밀의 최초 재배지로 알려진 중국 서안(西安 시안)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처음 창업 때 상호는 <서안메밀집>이
아니라 <봉평메밀막국수>였다. 간판 바꾸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왜 그랬을까? 바로 ‘맛’ 때문! ‘봉평막국수보다 훨씬 맛있는데 왜 봉평으로
일반화 하느냐’는 고객들의 감탄이 이어지자 봉평과 차별화를 위해 <서안메밀집>으로 상표등록을 결행했다.
사람이 먼저다, 건강이 먼저다, 메밀이 먼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점이 남다를까? 대표적인 차별화가 오랫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전분을 섞지 않고도 찰기가 있는 ‘메밀 100% 막국수
반죽’을 해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비싼 국산 메밀만 고집한 탓에 봉평농협이 생산하는 메밀의 ‘상당량’을 <서안메밀집>이 구매한다.
저렴한 외국산 메밀이나 밀가루를 섞고, 찰기 있는 반죽을 위해 전분을 넣는 ‘짝퉁 메밀’의 유혹을 0.1%도 허용하지 않는 철칙이 <서안메밀집>의
최고 강점이자 최대 자부심이다. 그러니 찰기 있는 반죽을 위해 메밀에 전분을 섞는 ‘냉면’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
메밀은 특히 꽃, 뿌리, 잎, 줄기, 열매가 각각 색깔이 다른데다 버릴 게 없어 ‘오방지영물’이라고 한다. 영양학 측면에서 메밀은 위와 장에 좋고,
화(火)를 다스리며, 모세혈관을 튼튼히 해주고, 혈당을 낮춰주는 등 식재료이자 약재료로 알려졌다.
'홍익인간,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며 살자’는 결심으로 창업에 나섰던 만큼 ‘서안 경영진’의 사람중심 경영철학은 확고하다. 함께 하는 종업원
가족에게 법적 대우를 넘어 최대한의 인간적 호의를 베푸는 것은 물론 부천FC 정기후원을 비롯해 ‘이곳저곳 낮은 곳에 임하는 봉사와 기부’의
선행도 만만찮다. 정복 입은 소방관, 군인, 경찰이 들어오면 ‘메밀전 서비스’가 기본이다. 요식업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게 ‘주방을 장악하고, 정직하고,
공부하라’는 성공 비결의 훈수도 잊지 않는 ‘서안 부부’ 역시 현재 사이버 대학경영학과 4학년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 중’이다. <서안메밀집>
전면을 장식하는 ‘얼굴’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