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한국의 나물을 알리고 싶습니다.”
경북 울진군에서 태어나 도라지 농사를 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나물’과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 무작정 뛰어든 나물 사업이 그를 대한민국 최초 나물류 전통식품 명인으로 만들었다. 고화순 하늘농가 대표(55)가 그 주인공이다.
고 대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도라지 농사를 도우며 나물과 함께 성장했다. 경동시장을 비롯해 여러 시장에서 나물을 판매하던 중 ‘불청객’인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면서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부모님이 애써 농사지은 나물이 안 팔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본 고 대표는 자신이 직접 뛰어다니며 나물을 팔아 부모님께 웃음을 선물하자고 결심하고 즉시 행동에 옮겼다. 회사원이던 그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부모님의 도라지를 하나하나 손질해 회사 구내식당에 납품한 데 이어 직접 발로 뛰며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대표들을 만나 영업했다. 그저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몇 곳의 학교에 도라지를 납품하게 됐고, 다양한 나물도 납품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의 노력의 크기는 이 여담에서 알 수 있다. 그는 핸드폰을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잔다. 새벽에 전화벨이 울리면 즉시 나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10년 넘게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전기 콘센트 쪽에 머리를 두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7년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지금의 하늘농가 사옥을 마련해 5천여개교에 180여가지 식재료를 납품하는 독보적인 나물 전문 회사로 거듭났다. 고 대표는 아이들과 고객들에게 항상 건강한 나물을 제공하기 위해 ‘식품 안전’에 중점을 두고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나물 한 가지로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오면서도 단 한 번도 위생사고가 없었다고 한다.
나물 전도사가 꿈인 고 대표는 나물에 소스를 함께 넣은 밀키트 상품,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냉동 나물을 만들어 우리 나라의 나물을 알리기 위해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1년에 한 번 수출하던 나물은 그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한 달에 한 번 미국 영국 등 10개국에수출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고 대표는 지난 12년간 설 떡국 나눔, 사회복지시설 봉사와 후원, 이웃 돕기 등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항상 앞장서 노력해 왔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매출이 감소했을 때에도 어르신을 비롯한 직원 고용을 유지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2021년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제90호로 지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선조들의 반찬에는 항상 나물있었던 만큼 학교 급식에 나물이 빠지지 않고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나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며 “우리나라의 나물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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